*** 고산 ‘엉알’ 해안동굴과 당산봉의 동굴 ***

일본군은 제주도를 일본본토 사수 방어를 위한 최후 결전 기지로 설정,
1944년 가을부터 대규모 군사시설을 설치하여 제주 섬 전체를 요새화하기
시작했다. 오름마다 토치카(방호소굴)가 만들어지고 해안(일출봉, 송악산,
사라봉 등)마다 연안 방어를 위한 특공기지(동굴)를 건설한 것이다. 고산
리 해안가에도 이 시기부터 일본군이 주둔, 동굴진지를 구축하기 시작했는
데, 자구내 포구 남서쪽 해안 속칭 ‘엉알’ 절벽 밑에 어뢰정 격납고와 특
공대(아오보트 독고다이 : 속칭 ‘파랑배’ 특공대) 주둔지 및 통신대 주둔
굴을 파기 시작했다. 당시 일본 해군 오노(小野)중위가 지휘하는 부대 1개
중대가 자구내 포구에 본부를 두어 이 작업을 총지휘하였다고 전해진다. 엉
알 해안에서 남쪽 ‘형제돌코지’ 및 북쪽 ‘녹고물 약수터(龍雲泉)’ 사이
의 해안절벽 밑에는 모두 14개의 동굴이 있다. 수월봉에서 녹고물 약수터
를 경유하여 자구내 포구를 잇는 산책도 상에 있는 3개의 동굴은(현재는 막
혀 있음) 통신대가 주둔했던 곳이며, 수월봉 바로 밑 절벽에 있는 동굴들
이 어뢰정 격납고이다. 또한 한장동 해안에 있는 동굴과 당산봉 앞 중턱에
있는 1개의 굴은 육군이 팠다고 전해진다. 당산봉에는 서부지역의 육군본부
(가마오름 소재)에서 배치한 육군보병 2～3개 소대병력이 주둔했다고 한
다. 당시 동굴을 만들기 위해 동원됐던 사람들은 전라도 김제, 충청도 대
덕 출신 징용 노무자들이 대부분이었다고 전해지고 있으며, 1945년 8월 15
일 일제가 패망하자 오노부대장이 당시에 설치했던 어뢰정 등 일체의 장비
를 자구내 포구에 모아 놓고 폭파시켜 버려, 자구내에 있던 10여 채의 온
마을이 흔적도 없이 불에 타 없어져 버렸다고 한다. 해방된 후 이 굴은 뇌
염이 창궐할 때 환자들을 격리시키는 장소로, 농가에서 몰래 무당굿을 하
는 장소로 사용되었다고 전해진다.